2008년 11월 26일
디씨질 6년만에 득템

디씨에는 예비군을 위한 놀이공간이 많다.
밀리터리 내무반을 필두로 육해공, 기갑, 전쟁사, 심지어 요즘은 군단, 사단 갤러리도 있는 모양인데
유독 경찰갤러리만은 따로 떨어져 정부기관 카테고리에 있다.
그것도 실상은 경찰갤러리가 아니라 전의경 갤러리이다.
전역후에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매일 들락거리다가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촛불집회 때문에 잠시 들렀다가 우연히 나를 기억하는 후임을 만나서 꽤 빈번하게 출근하고 있다.
며칠전에 한 유저가 빵공장에 취직했다며 빵 보내준다고 주소를 불러달라고 해서 별 기대없이 알려줬는데
무려 50개가 넘는 빵폭탄이 날아와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게다가 나만 받은 게 아니라 대여섯명 정도 혜택을 입었다. 모두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상황.
하지만 힛갤 등극에는 실패함..ㅜ.ㅡ
이 슈퍼마켓 빵이 어떤 빵이냐. 민간인은 줘도 안먹는다는 그 빵.
군시절 이틀에 한개씩 나오던 슈퍼빵이 있었다.
/ 의경은 야간근무를 하고 새벽 한 시에나 자기 때문에 오후 5시에 저녁을 먹으면 굉장히 배가 고프다.
그런데 그 빵... 한가지로만 주면 될 것을 꼭 여러종류가 섞여 있었다.
결국 고참순으로 골라잡는데 대체로 그 기준이 동일해서 빵에서도 카스트라는 것이 생겨났다.
예를들어 크리미라고 적힌 둥근 크림빵은 중대 막내가 먹는 빵이다.
카스테라의 일종인 보름달은 중대막내의 바로 위가 먹는다.
치즈케익이라고 적힌 반달모양의 카스테라는 그 위
그린케익이라는 스펀지 케익이 여러장 겹쳐진 빵은 그 위
단팥빵은 중간
소보로는 중간에서 조금 위
......하는 식으로 조금씩 올라가서 분대장쯤되면 페스츄리를 먹는다.
그리고 대망의 '수하나'라고 불리는 경찰부대의 왕고는 둥둥둥~~~
'단팥 비스마르크'를 먹었다.
이건 슈퍼에서도 드물게 팔지만 원조는 던킨 도너츠의 비스마르크이다. (한국에서만 판다는 소리가 있다)
가격은 크림빵과 동일한 500원이지만 그 맛의 깊이는 던킨 도너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않아서
그야말로 보급빵의 황제였고, 100개중에 하나만 나오는 희소성 덕분에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왕고가 된다. 권력을 손에 넣으면 비스마르크를 먹을 수 있다"
나는 꼬인 군번 덕에 크림빵만 3개월, 단팥빵 이하 장장 20개월을 먹어야 했다.
그러다 군생활 99일을 남기고 열외(근무열외가 아니라 '잡일'의 예외를 말한다. 분대장과 동급)를 타면서
드디어 페스츄리를 눈앞에 두는 감격을 맞이하였고 막 그런 극락을 맛보려는 찰나....
전통을 깨고 빵이 나오는 방식이 바뀌었다.
절반은 딸기 페스츄리 절반은 스콜(얘도 페스츄리의 일종)
일단 개나소나 페스츄리고 딸리 페스츄리는 중간짬밤 이후로는 모두 먹는다.
나는 분노에 떨었지만 당시 APEC이나 농민대회다 뭐다해서 여기저기 팔려다닌 탓에 한동안 잊고 지냈다.
일련의 국내상황은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의 옷을 벗음으로서 사태는 일단락되고 나는 왕고가 되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참담했다. 어떤 아름다운 신병이 소원수리에 썼다는 소문이 돌았다.
빵이 슈퍼빵이 아닌 제과점 빵이 나왔다. 생크림 소보로 단팥 이렇게 달랑 세가지만.
물론 품질상에서는 제과점 빵이 좋은거 인정한다. 하지만 2년가까이 기다린 내 심정도 생각해줘야지.
결정적으로 이 3가지빵도 자동적으로 카스트가 매겨져서
막내는 단팥, 중간은 생크림, 고참은 소보로를 선택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그리고 나는.....
소보로는 줘도 잘 안먹고(가루가 떨어져서 싫어...)
생크림은 원래 싫어하고(느끼해서 생크림 케익은 줘도 안먹어...)
결국 막내가 먹는 단팥빵을 먹었다.
그렇게 나는 지난세월 유럽대륙을 호령한 한 전쟁영웅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했다.
그렇게 3년여 세월이 흐르고 내 앞에 다시 나타난 빵의 혼,
페스츄리조차 없는 단팥, 소보로, 땅콩크림, 커피크림의 단조로운 조합이지만
옛 추억을 되새기면서 빵을 하염없이 먹어치우고 있다.
아아...단팥 비스마르크, 나의 황금마차여...ㅡ.ㅜ
# by | 2008/11/26 01:31 | 혀끝으로 느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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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선택하라면 패스츄리랑 단팥빵 먹을겅미.
카스테라라면 노떙스..
+) 저도 은영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