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10일
미네르바를 잡아 넣은 검찰의 생각
어제 새벽에 술에 떡이되어 돌아왔더니 미네르바가 긴급체포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갈데까지 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 밖에 없다.
다음날 조간신문은 기다렸다는 듯이 "30대 전문대졸 공고출신 백수"라는 리드로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았고
그나마 시민들의 의견이라고 맨 마지막에 두어줄 실었을 뿐이다.
대다수의 언론은 그가 글로써 말한 실력이 아니라 가방끈과 회사 사원증으로 그 사람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확인되지 않은 "그는~~해 보이는 사람이었다"라는 식의 기사를 싣는 행태는
흡사 연쇄살인범을 다룰 때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문제점은 검찰에 있다.
보아하니 전기통신사업법상 허위사실의 유포에 대한 처벌조항을 말하는 것 같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벌칙) ①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6.12.30]
②자기 또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6.12.30]
③제2항의 경우에 그 허위의 통신이 전신환에 관한 것인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6.12.30]
④전기통신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제1항 또는 제3항의 행위를 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제2항의 행위를 한 때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범죄의 경우 목적범이기 때문에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는가의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과연 검사는 이걸 판사앞에서 어떤 방법으로 입증을 할 것인가?
예를 들다면 정말 끝도없다.일단 공익의 범위부터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더블쿼트를 남발하는 언론사들의 카더라 통신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다면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는 뭐란말인가.
목적 또한 마찬가지다. 여대생사망설을 유포시킨 자는 확실히 악질적인 목적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경우는 목적을 두기 어렵다. 비관적인 경제전망이 공익을 해할 목적이 된다는 소리인가?
예로부터 망국의 징조로 왕이 항상 내뱉는 말이 있다.
" 짐은 그따위 불쾌한 보고는 듣고 싶지 않다" 바꾸어 말하자면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라고 하겠다.
단언컨대, 검찰은 이전부터 미네르바의 신원을 확인하고 기회를 보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잡아넣을 핑계가 없어 마냥 지켜만 보던 중 12월 29일에 올라왔다는 그 글을 기화로 삼아 득달같이 물어버린 것이다.
확실히 그 내용이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경우는 차라리 지난 몇달간 보여준 미네르바의 의사를 포괄하는 연장선상에 있는,
하나의 의견이나 확인되지 않은 첩보로 생각하는 것이 옳다.
게다가 검찰의 행태도 가관이다. 도대체가 이 사건이 긴급체포를 할만할 사안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장기 3년이상의 법정형이라는 조항은 충족시킨다. 대신 명확하지 않은 개념인 필요성과 긴급성에서는 의문이 간다.
도주 및 증거인멸의 위험이라는 것도 이 경우는 미네르바의 컴퓨터만 압수수색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미네르바 당사자는 불구속으로 입건하여 수사를 진행하면 된다. 이 순진한 청년이 어딜 도망가겠는가.
형식상 곧바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는 했지만 이건 기각될 확률이 99%다.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 주거부정은 물론이고
고려사항인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주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의 우려. 그 어디에도 해당사항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이 사건에서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그간 떡검이나 정계로비 사건에서 검찰의 구속영장을 단칼에 잘라버렸던 법원의 프라이드를 일거에 말아먹게 될 것이다.
영장이 기각된다면 그 즉시 미네르바는 석방되고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여부를 두고 수사를 받을 것이다.
결국 애초부터 체포 따위는 하지않고 압수수색으로 진행해도 될 일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긴급체포라는 형식을 취해야 했을까?
뭐 뻔하지. 기사거리가 되는 극적인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리고 '체포' '입건' 이런 단어만 들어도 무죄로 단정해 버리는 무지한 시민들의 심리를 이용하려는 목적이 제일 클 것이다.
구속이나 체포 모두 기소의 전단계로 아직 피의자의 지위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받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검찰까지 올라간 사건의 경우 95%이상이 유죄판결을 받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겨나는 것이다.
미네르바가 석방 된다고 해도 시민들의 뇌리에는 '긴급체포 된 적 있는 전문대, 공고 테크트리의 30대 백수'라는 인식이 심어져서
아무도 미네르바의 날카로운 경제 전망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강만수가 덜 까인다.
검찰이 기소를 결정하고 재판에 돌입한다 하여도 기본적으로 2심, 그리고 대법원까지 간다면 거진 일년은 걸릴 것이다.
후일 대법원까지 올라가 미네르바가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을 때 쯤엔 그는 이미 잊혀진 존재가 될 것이다.
아마도 여성지나 시사 월간지 뭐 이런 데에 "미네르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간의 심경고백 독점인터뷰"로나 등장하겠지.
검찰은 손해 볼 일이 별로 없다. 되면 좋고 아님 말고.
벌금 50만원 형을 받더라도 "거봐 내가 뭐랬어 유죄판결이래잖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것이고
무죄판결을 받아도 어차피 보수 언론은 사회면 오른쪽 맨 아래에 서너줄로 때려박을 것이다.
이와중에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 것은 이번에는 경찰이 아니라 검찰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경찰만 죽어라 욕 먹었는데 이 기회에 검찰도 욕 좀 먹어봐라. 너도 오래살아야지.하고 말이다.
아까도 한 얘기지만 쓴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신하를 물리치고, 심지어 유배를 보내거나 사약을 내리는 것은 망국의 징조다.
삼국지도 마지막쯤가면 그런 열사들이 퍽이나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주위의 간신배가 왕을 부추긴다.
왕은 간신배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7*4*7 혹은 노가다 100만 양병설 이따위 소리나 지껄이다 결국 비참한 종말을 맞는다.
중국의 삼국시대가 끝난지도 거의 1800년이다. 그런데 정치의 수준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아서 조금 씁쓸하다.
당나라의 이세민은 오히려 쓴소리를 하는 신하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조선말기의 어떤 왕은 어떤 신하가 하도 다른 신하를 비난하자 '참소'한다는 이유로 유배를 보냈고
그래도 변함이 없자 결국 사약을 내리려고 했는데. 그 신하가 그래도 죽을때 죽더라고 할말은 해야한다며 굽히지 않자
그 싸나이 곤조를 높이사서 죽음을 면하게 했다는 기록까지 있다.
그런데 이따위 나랏님은 고구마 파는 노친네 하나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정녕 대한민국 정치계엔 대인배란 존재하지 않는가.
# by | 2009/01/10 02:27 | Petsounds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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